백합 루트를 만든 제작진은 지금 당장 무릎꿇고 사죄해라
작가: 桐人
혹시 모를 용어 설명
히어로=공략 대상
히로인의 반대 표현으로 히어로를 씀.
==
하나의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연애 계열 노벨 게임, 이른바 여성향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의 이야기에 대해서.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소녀(라는 설정의 귀여운 미소녀)가 전입한 학교에서 선배 후배 동급생, 심지어 신임 교사나 타교 학생 등의 공략 대상자들과 연애를 하라는 내용이다. 흔하다.
도중까지 동시 공략도 가능하지만 호감도가 특정 수준까지 가장 먼저 오른 공략 상대의 개별 루트로 들어가는 방식. 이후 다른 히어로의 호감도는 올스톱.
소위 말하는 하렘 루트란 건 없다.
라이벌 캐릭터도 없다.
공략 상대에 따라선 라이벌 캐릭터 스러운 아이도 있지만, 일체의 괴롭힘은 없다.
그런 방면보다는 『나 말고도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그쪽이 행동하기 전에 먼저 공격이다!』같은 느낌으로 상대에게 어필하는 쪽.
오히려 미묘하게 질투하는 선택지를 골라 히어로의 호감도가 떨어진 경우도 있다.
귀여운 투정과 꼴사나운 질투는 종이 한장 차이다.
그러나 라이벌에게 지지 않겠다며 호감도 하락을 막기 위해 먼저 나서지 않는다면, 그쪽이 선수를 쳐 고백를 하는 경우가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적당히 상대에게 맞춰서 꼬시고, 상대가 가진 문제에 대해 조언 혹은 도움을 주거나, 직접적으로 해결해나가 상대를 공략해라.
그러므로 플레이어는 열심히 노력해서 공략해주시길.
그런 이 게임. 가끔 주인공의 친구가 나온다.
어느 루트에 들어가더라도 조연으로 등장하는 그녀.
기본적으로는 『분위기 파악을 잘하는 친한 친구』 정도의 위치지만, 게임에서 최고 난이도를 자랑하는 신인 교사 루트에 빠지는 순간 『옛날부터 좋아했던 오빠』와 『누구보다 친한 친구』 사이에서 고민하는 캐릭터로 변모한다.
오히려 이쪽이 진주인공이 아닌지, 같은 리뷰도 몇 있을 정도다.
이 루트에선 주인공도 사랑과 우정 어느 쪽을 선택할지 고민한다.
그리고 정답은 『우정』이다.
자신의 감정을 우선하고 선생과 맺어지면, 이를 들은 친구는 이를 악물고 억지스런 웃음을 지으며 『잘됐네』라고 말한 뒤, 사이가 소원하게 된다.
염원하던 그와 맺어져 행복하게 되지만, 이따금 이렇게 끝내도 좋은걸까, 하는 생각을 떠올리며 끝까지 후회한다……라는 엔딩.
만약 그녀가 계속 짝사랑을 있다는 걸 생각해 물러나는 옵션을 선택하면, 그녀는 주인공에게 『오빠가 너한테 반한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으니까 이제 됐어. 날 생각해서 그러지 않아도 돼… 그래도 지금만큼은 울고 싶으니까, 곁에 있어줘』라며 아름답게 포기하고 우정도 사랑도 얻는다는 트루 엔드로 도달하게 된다.
뭐, 됐어. 여기까진 괜찮아.
문제는 이 루트의 2회차. 같은 선택지를 고르면 이번에는 화를 낸다.
『뭐야 그게, 나한테 선심이라도 쓰는 거야?! 오빠는 이미 너한테 반해있어! 그래놓고선 불쌍하니까 나한테? 이제 와서 내가 고백해도 차일 게 뻔해! 무시하는 것도 적당히 하란 말야!!』
이로 인해 그녀와 주인공은 사이가 완전히 틀어진다.
어라? 라고 이쪽이 생각하는 사이에 선택지 하나 없는 여주인공 독백이 이어진다.
-그녀와 싸운 후부터 그와 함께 있지 못하겠다.
아니, 오히려 그와 사귀는 것보다 그녀와 있는 것이 좋다.
그녀와 연애 얘기를 하는 것이 좋았다.
그와의 추억을 얘기하는 그녀가 매우 귀엽고, 그가 하는 말 하나하나에 기뻐하고 슬퍼하는 그녀의 다양한 표정이 기쁘고,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좋은 사람이야, 라면서 감정이 생겨버렸고, 그래서 어느새 『그녀가 말하는 그』를 좋아한다고 착각해서...
『아, 그렇구나. 나, 그 아이를 좋아하는 거였어... 지금 알아채도, 늦었지만』
그래. 설마하던 백합 루트 오픈 엔딩이다.
이 엔딩을 본 뒤, 즉 3회차 시에는 친구의 호감도마저 표시된 최고로 어려운 백합루트를 공략하게 되는 것이다.
제작진, 아무리 생각해도 장난이 심하지 않아?
개별 루트에 들어가기 위한 호감도는 쉽게 올리지만 거기부터가 난제다.
왜냐, 라고 물어본다면 동성이니까.
적당히 유혹하는 선택지를 요리조리 맞춘다면, 마지막의 마지막에 가서야 꺄아꺄아 우후후의 백합 엔드를 달성할 수 있게 된다.
이 루트에 진입해서야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조연 친구 캐릭 주제에 엄청 미인이구나, 하고.
자. 장황하게 설명한 것 같지만 이 게임과 그 히든 루트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나?
참고로, 한가지 알려둬야 할 것이 있다.
저, 아무래도 백합 루트 해방 후의 세계의 친구 포지션에 전생한 것 같습니만.
그리고 현재, 절찬리 공략되고 있습니다
"-사아-키쨩♡”
어미에 하트를 달 정도로 달콤하다 못해 꿀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나를 부르며 그녀가 내 등에 달려들어 안겼다.
작은 몸집이지만 나올 곳은 나오고 들어갈 곳은 들어간 여성스러운 신체.
흰 피부.
밀크 티 색의 머리카락은 푹신푹신한 파마에 미디엄 보브컷.
"미치카, 갑자기 달려들지 마. 놀라잖니."
"그래서 먼저 사키 쨩, 하고 불렀는데."
"저기 말야…."
"요즘 사키 쨩 나랑 같이 안 다녀주잖아! 오늘만 해도… 거의 말하지 못했고. 제 사키쨩 성분이 부족합니다! 고갈됐어!!"
그렇게 말하면서 미치카는 꽈악, 날 껴안는 팔에 힘을 실었다.
제길… 등에서 두 산봉우리가 느껴진다. 이녀석 부러운 걸 갖고 있군.
게다가 왠지 좋은 향기까지 난다.
뭐지, 샴푸라도 바꿨나? 뭘까나…
"미치, 샴푸 뭐 써? 좋네, 그거."
"진짜!? 이거 샴푸가 아니라 화장수(化粧水)야! 냄새 부드러우니까 인공적인 향 싫어하는 사키 쨩도 괜찮을 것 같아서!”
"아."
나랑 있을 땐 쓰는 일이 거의 없지만, 미치카는 향수를 좋아한다.
병모양이 이쁘고, 여러가지 모아서 기분에 따라 뿌리는 걸 좋아해,라고 처음 만났을 때 말했다.
생각해보니 게임에서도 상대가 좋아한다고 말한 향수가 있다면 다음에 만날 때는 반드시 붙인다, 쪽의 타입이었지.
다가올 때 그윽하게 퍼지는 향기에 두근거리는 공략 캐릭터들.
지금 생각하면 엄청 쉽게 공략되는 듯한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귀엽게 생기고 좋은 향이 나는 여자애라면야 이해해줄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거라고.
『항상 다른 향이네.』
『응, 향수, 좋아하니까-. 오늘 꺼 어때? 사키 쨩은 어떤 게 좋아?』
『음…. 난 향수는 질색이거든. 그 인공적인 냄새가 조금……』
『뭐!?』
『아, 그저께처럼 독한 향이 아니면 괜찮아. 미치카, 쓰는 거 익숙하니까 강도 조절하는 거 쉬울 테고.』
『그, 그렇구나-……』
『가벼운 화장수 같은 건 괜찮을지도. 전에 누군가가 썼던 라벤더 같은 자연스러운 건 좋다고 생각했어.』
이후 그녀는 내 주변에 있을 땐 뿌리지 않는다.
이걸로 호감도 올라갔겠지…… 하고 지금에서야 생각한다.
왜 개별 루트 진입하고 되살아나는 거야, 기억들아.
"저기저기, 오늘은 동아리도 없지? 괜찮으면 향수, 같이 보러 가지 않을래? 역 주변에서 다음 주까지 한정 수량 판매야!"
잡고 있던 손을 푸르고 슬쩍 앞으로 돌아선 그녀는 눈을 치켜뜬 채 나를 들여다본다.
기대에 찬 눈동자. 애교스런 얼굴.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 답에 불안한 듯 축 처지는 눈썹.
(…………아아, 정말!)
"알았어. 같이 가면 되는 거지.… 아아, 돈도 없고 절약하는 중이었는데!"
"해냈다! 헤헤, 사키 쨩과 오래간만의 데이트! 내가 살테니까, 아이스크림도 먹자!"
긍정의 답변과, 이제껏 거절한 이유를 알게 된 그녀는 한층 밝아진 얼굴을 빛내면서 나를 안는다.
"저기 사키쨩, 사키 쨩이랑 똑같은 거 사도 될까?"
"? 나야 상관없는데, 왜?"
"후훗, 같은 향을 지니게 된다는 게, 특별한 것 같아서 기뻐.”
좋은 향, 찾으면 좋겠다-.
그렇게 말한 그녀는 그 후ー.
"……그래도, 그런 거 쓰지 않아도, 사키 쨩한텐 달콤하고 좋은 향기가 나는데.”
ー살포시 눈을 가늘게 뜨면서 깜짝 놀랄 만큼 요염한 미소를 입가에 그렸다.
"읏?!"
"좋아, 그럼 당장 출바-알!!"
순식간에 순진한 얼굴로 돌아온 그녀는 내 손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화끈거리는 뺨을 반대쪽 손으로 누르면서, 미치카가 눈치채지 못할 만큼 작은 한숨을 토했다.
(……진심의 히로인, 엄청 위험해....)
뭔가 착실하게 공략되는 것 같다만.
나, 엄청 쉽네. 괜찮은걸까, 이거.
그도 그럴게 오빠보다 미치카한테 두근거리는 횟수가 많고.
나의 미래가 심히 걱정됩니다.
일단 백합 루트를 만든 제작진은 지금 당장 무릎꿇고 사죄해라.
잡고 있었을 뿐의 손을 자연스럽게 커플끼리의 팔짱처럼 바꾼 그녀의 뒷모습을 복잡한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나는 다시 한번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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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桐人
혹시 모를 용어 설명
히어로=공략 대상
히로인의 반대 표현으로 히어로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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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연애 계열 노벨 게임, 이른바 여성향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의 이야기에 대해서.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소녀(라는 설정의 귀여운 미소녀)가 전입한 학교에서 선배 후배 동급생, 심지어 신임 교사나 타교 학생 등의 공략 대상자들과 연애를 하라는 내용이다. 흔하다.
도중까지 동시 공략도 가능하지만 호감도가 특정 수준까지 가장 먼저 오른 공략 상대의 개별 루트로 들어가는 방식. 이후 다른 히어로의 호감도는 올스톱.
소위 말하는 하렘 루트란 건 없다.
라이벌 캐릭터도 없다.
공략 상대에 따라선 라이벌 캐릭터 스러운 아이도 있지만, 일체의 괴롭힘은 없다.
그런 방면보다는 『나 말고도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그쪽이 행동하기 전에 먼저 공격이다!』같은 느낌으로 상대에게 어필하는 쪽.
오히려 미묘하게 질투하는 선택지를 골라 히어로의 호감도가 떨어진 경우도 있다.
귀여운 투정과 꼴사나운 질투는 종이 한장 차이다.
그러나 라이벌에게 지지 않겠다며 호감도 하락을 막기 위해 먼저 나서지 않는다면, 그쪽이 선수를 쳐 고백를 하는 경우가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적당히 상대에게 맞춰서 꼬시고, 상대가 가진 문제에 대해 조언 혹은 도움을 주거나, 직접적으로 해결해나가 상대를 공략해라.
그러므로 플레이어는 열심히 노력해서 공략해주시길.
그런 이 게임. 가끔 주인공의 친구가 나온다.
어느 루트에 들어가더라도 조연으로 등장하는 그녀.
기본적으로는 『분위기 파악을 잘하는 친한 친구』 정도의 위치지만, 게임에서 최고 난이도를 자랑하는 신인 교사 루트에 빠지는 순간 『옛날부터 좋아했던 오빠』와 『누구보다 친한 친구』 사이에서 고민하는 캐릭터로 변모한다.
오히려 이쪽이 진주인공이 아닌지, 같은 리뷰도 몇 있을 정도다.
이 루트에선 주인공도 사랑과 우정 어느 쪽을 선택할지 고민한다.
그리고 정답은 『우정』이다.
자신의 감정을 우선하고 선생과 맺어지면, 이를 들은 친구는 이를 악물고 억지스런 웃음을 지으며 『잘됐네』라고 말한 뒤, 사이가 소원하게 된다.
염원하던 그와 맺어져 행복하게 되지만, 이따금 이렇게 끝내도 좋은걸까, 하는 생각을 떠올리며 끝까지 후회한다……라는 엔딩.
만약 그녀가 계속 짝사랑을 있다는 걸 생각해 물러나는 옵션을 선택하면, 그녀는 주인공에게 『오빠가 너한테 반한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으니까 이제 됐어. 날 생각해서 그러지 않아도 돼… 그래도 지금만큼은 울고 싶으니까, 곁에 있어줘』라며 아름답게 포기하고 우정도 사랑도 얻는다는 트루 엔드로 도달하게 된다.
뭐, 됐어. 여기까진 괜찮아.
문제는 이 루트의 2회차. 같은 선택지를 고르면 이번에는 화를 낸다.
『뭐야 그게, 나한테 선심이라도 쓰는 거야?! 오빠는 이미 너한테 반해있어! 그래놓고선 불쌍하니까 나한테? 이제 와서 내가 고백해도 차일 게 뻔해! 무시하는 것도 적당히 하란 말야!!』
이로 인해 그녀와 주인공은 사이가 완전히 틀어진다.
어라? 라고 이쪽이 생각하는 사이에 선택지 하나 없는 여주인공 독백이 이어진다.
-그녀와 싸운 후부터 그와 함께 있지 못하겠다.
아니, 오히려 그와 사귀는 것보다 그녀와 있는 것이 좋다.
그녀와 연애 얘기를 하는 것이 좋았다.
그와의 추억을 얘기하는 그녀가 매우 귀엽고, 그가 하는 말 하나하나에 기뻐하고 슬퍼하는 그녀의 다양한 표정이 기쁘고,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좋은 사람이야, 라면서 감정이 생겨버렸고, 그래서 어느새 『그녀가 말하는 그』를 좋아한다고 착각해서...
『아, 그렇구나. 나, 그 아이를 좋아하는 거였어... 지금 알아채도, 늦었지만』
그래. 설마하던 백합 루트 오픈 엔딩이다.
이 엔딩을 본 뒤, 즉 3회차 시에는 친구의 호감도마저 표시된 최고로 어려운 백합루트를 공략하게 되는 것이다.
제작진, 아무리 생각해도 장난이 심하지 않아?
개별 루트에 들어가기 위한 호감도는 쉽게 올리지만 거기부터가 난제다.
왜냐, 라고 물어본다면 동성이니까.
적당히 유혹하는 선택지를 요리조리 맞춘다면, 마지막의 마지막에 가서야 꺄아꺄아 우후후의 백합 엔드를 달성할 수 있게 된다.
이 루트에 진입해서야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조연 친구 캐릭 주제에 엄청 미인이구나, 하고.
자. 장황하게 설명한 것 같지만 이 게임과 그 히든 루트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나?
참고로, 한가지 알려둬야 할 것이 있다.
저, 아무래도 백합 루트 해방 후의 세계의 친구 포지션에 전생한 것 같습니만.
그리고 현재, 절찬리 공략되고 있습니다
"-사아-키쨩♡”
어미에 하트를 달 정도로 달콤하다 못해 꿀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나를 부르며 그녀가 내 등에 달려들어 안겼다.
작은 몸집이지만 나올 곳은 나오고 들어갈 곳은 들어간 여성스러운 신체.
흰 피부.
밀크 티 색의 머리카락은 푹신푹신한 파마에 미디엄 보브컷.
"미치카, 갑자기 달려들지 마. 놀라잖니."
"그래서 먼저 사키 쨩, 하고 불렀는데."
"저기 말야…."
"요즘 사키 쨩 나랑 같이 안 다녀주잖아! 오늘만 해도… 거의 말하지 못했고. 제 사키쨩 성분이 부족합니다! 고갈됐어!!"
그렇게 말하면서 미치카는 꽈악, 날 껴안는 팔에 힘을 실었다.
제길… 등에서 두 산봉우리가 느껴진다. 이녀석 부러운 걸 갖고 있군.
게다가 왠지 좋은 향기까지 난다.
뭐지, 샴푸라도 바꿨나? 뭘까나…
"미치, 샴푸 뭐 써? 좋네, 그거."
"진짜!? 이거 샴푸가 아니라 화장수(化粧水)야! 냄새 부드러우니까 인공적인 향 싫어하는 사키 쨩도 괜찮을 것 같아서!”
"아."
나랑 있을 땐 쓰는 일이 거의 없지만, 미치카는 향수를 좋아한다.
병모양이 이쁘고, 여러가지 모아서 기분에 따라 뿌리는 걸 좋아해,라고 처음 만났을 때 말했다.
생각해보니 게임에서도 상대가 좋아한다고 말한 향수가 있다면 다음에 만날 때는 반드시 붙인다, 쪽의 타입이었지.
다가올 때 그윽하게 퍼지는 향기에 두근거리는 공략 캐릭터들.
지금 생각하면 엄청 쉽게 공략되는 듯한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귀엽게 생기고 좋은 향이 나는 여자애라면야 이해해줄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거라고.
『항상 다른 향이네.』
『응, 향수, 좋아하니까-. 오늘 꺼 어때? 사키 쨩은 어떤 게 좋아?』
『음…. 난 향수는 질색이거든. 그 인공적인 냄새가 조금……』
『뭐!?』
『아, 그저께처럼 독한 향이 아니면 괜찮아. 미치카, 쓰는 거 익숙하니까 강도 조절하는 거 쉬울 테고.』
『그, 그렇구나-……』
『가벼운 화장수 같은 건 괜찮을지도. 전에 누군가가 썼던 라벤더 같은 자연스러운 건 좋다고 생각했어.』
이후 그녀는 내 주변에 있을 땐 뿌리지 않는다.
이걸로 호감도 올라갔겠지…… 하고 지금에서야 생각한다.
왜 개별 루트 진입하고 되살아나는 거야, 기억들아.
"저기저기, 오늘은 동아리도 없지? 괜찮으면 향수, 같이 보러 가지 않을래? 역 주변에서 다음 주까지 한정 수량 판매야!"
잡고 있던 손을 푸르고 슬쩍 앞으로 돌아선 그녀는 눈을 치켜뜬 채 나를 들여다본다.
기대에 찬 눈동자. 애교스런 얼굴.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 답에 불안한 듯 축 처지는 눈썹.
(…………아아, 정말!)
"알았어. 같이 가면 되는 거지.… 아아, 돈도 없고 절약하는 중이었는데!"
"해냈다! 헤헤, 사키 쨩과 오래간만의 데이트! 내가 살테니까, 아이스크림도 먹자!"
긍정의 답변과, 이제껏 거절한 이유를 알게 된 그녀는 한층 밝아진 얼굴을 빛내면서 나를 안는다.
"저기 사키쨩, 사키 쨩이랑 똑같은 거 사도 될까?"
"? 나야 상관없는데, 왜?"
"후훗, 같은 향을 지니게 된다는 게, 특별한 것 같아서 기뻐.”
좋은 향, 찾으면 좋겠다-.
그렇게 말한 그녀는 그 후ー.
"……그래도, 그런 거 쓰지 않아도, 사키 쨩한텐 달콤하고 좋은 향기가 나는데.”
ー살포시 눈을 가늘게 뜨면서 깜짝 놀랄 만큼 요염한 미소를 입가에 그렸다.
"읏?!"
"좋아, 그럼 당장 출바-알!!"
순식간에 순진한 얼굴로 돌아온 그녀는 내 손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화끈거리는 뺨을 반대쪽 손으로 누르면서, 미치카가 눈치채지 못할 만큼 작은 한숨을 토했다.
(……진심의 히로인, 엄청 위험해....)
뭔가 착실하게 공략되는 것 같다만.
나, 엄청 쉽네. 괜찮은걸까, 이거.
그도 그럴게 오빠보다 미치카한테 두근거리는 횟수가 많고.
나의 미래가 심히 걱정됩니다.
일단 백합 루트를 만든 제작진은 지금 당장 무릎꿇고 사죄해라.
잡고 있었을 뿐의 손을 자연스럽게 커플끼리의 팔짱처럼 바꾼 그녀의 뒷모습을 복잡한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나는 다시 한번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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